길거리 판매

May 18th, 2008  |  Published in Uncategorized

NBC에서 연재중인 The Apprentice (견습생) 라는 프로그램의 시즌 1을 구해서 보게 되었다. 험블군이 추천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내용은 미국의 백만장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지원자 16명을 받아 13주동안의 채용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이다. 매주 과제가 주어지는데 진행결과에 따라 한명씩 탈락시키고 최종적으로 남는 한명만 도널드의 견습생이 될 수 있는 기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지원자들의 경력이 제각각이긴 하지만 이미 자신의 분야에서 어느정도 성공을 맛 본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첫번째 과제는 뉴욕시 한복판에서 레모네이드를 파는 것이었다. 그리고 재밌는 것은 팀을 남자대 여자로 나눈 것이다. 레모네이드를 팔기 전에 팀이름을 정하는 과제도 있었는데, 여자들은 확실히 말이 많다. -_-;;; 팀이름 하나 정하는데 세시간 넘는 시간을 썼다. 그에 비해 남자들은 그냥 얘기 몇번 하다가 비교적 쉽게 그러나 평범한 이름을 지어버렸다.

결과는 레모네이드 판매에 있어서는 여자팀이 승리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남자들은 두배의 수익을, 여자들은 네배의 수익을 얻었다. 그런데 인상적이었던 것은…글쎄 레모네이드 판매라는 것 자체가 지원자들도 애들이나 하는 유치한 과제라고 생각할 정도로 수준이 낮은 과제라서 그런진 몰라도 나름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과제를 진행하는 것에도 일반적으로 하는 실수들을 똑같이 한다는 것이었다. 여자팀은 결과적으론 상당한 수익을 얻었지만 초반에는 의견차이가 분분했고 매우 감정적이었다. 남자들은 직접판매에서 제일 중요한 위치선정에 완전히 실패했다.

나는 입사할 때 직접판매의 경험을 생전 처음으로 해 보았다. 연수프로그램에 포함이 되어있어서 경험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고선 내 평생 단 한번이라도 그런 경험을 했을까싶은 것이었다. 제일 중요한 위치선정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조가 정해지고 각 조가 가야할 곳은 이미 랜덤으로 정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팔 물건은 최신 디지털 카메라와 조잡한 MP3플레이어였다. 주어진 조건으로는 물건의 판매액의 상한가와 하한가였고, 평가는 판매 갯수와 총매출액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꼭 방문판매를 해야한다는 것이 있었다. 우린 이 조건을 좀 무시해서 방문판매가 성과가 없다고 생각해서 가판판매로 방향을 바꾸긴 했지만… 회사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유는 단순히 판매를 많이 하는 것 보다는 방문판매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해보라는 것에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그런걸 무시했던 것이고.

지금 떠올려 보면 처음엔 우리도 그들과 비슷했다. 의견을 주고받고 서로 충돌했고 우왕좌왕했다. 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없었고 서로 하고 싶은 얘기만 할 뿐이었다. 차이점은 결국 우리는 모두가 편한쪽으로 타협을 하기 시작했다. 오전엔 이런거 살사람이 당연히 없을꺼라고 생각해서 오전은 그냥 피씨방에서 시간을 낭비해버렸다. 계속 논쟁하기를 포기해버린 것이다. 나의 경우 역시 판매에 잼병이었다. 머리로만 생각하고 몸으로 행동하지는 않았다. 그런 방법이 될리가 없다고 생각만 했었다. 사실 쪽팔린 것이 젤 큰 이유였긴 했지만.

처음 내렸던 결정이 옳은지 틀린지는 실행에 옮기고 끝까지 해봐야만 아는 것이다. 내 생각 같애선 여자팀이 초반에 보인 모습만 보고 ‘아…얘넨 글렀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 결정할 때 신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결정을 내렸으면 끝까지 실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른채 그냥 비관적인 평가밖에 남지 않을테니까. 그래놓고 입으로만 좋은 경험이야. 많은걸 배웠어 그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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